트럼프발 “철강 관세”, 미국 산업 보호인가 글로벌 무역 전쟁의 도화선인가?”

  • 중국 철강 과잉공급, 미국 동맹국과의 무역 관계까지 흔들다”
  • 글로벌 철강 시장의 판도 변화: 미국 관세 정책이 초래한 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SNS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글로벌 무역 질서에 새로운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의 양은 상대적으로 적어, 관세 정책의 효과와 그 의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직접 타격은 적지만 간접 영향은 막대
중국은 이미 여러 차례 미국 행정부로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받아 왔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역시 2021년 기존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최대 25%까지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은 미국으로의 직접 수출 대신 캐나다, 멕시코 등 미국 동맹국 및 주변국으로 수출 경로를 다변화했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 철강 수입량에서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하는 주요 공급국이다. 중국산 저가 철강이 이들 국가로 유입된 뒤 가공되어 다시 미국으로 수출되는 구조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관세 조치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 중 하나다. 또한 베트남과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유입된 중국산 반가공 철강이 “베트남산”이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시장에 재수출되며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철강의 과잉공급 문제
중국 철강 산업의 과잉공급 문제는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은 급격한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대규모 철강 공장을 건설하며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 침체와 건설 경기 둔화로 인해 내수 수요가 급감하면서 과잉 생산된 철강이 해외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국제 철강 가격이 하락하며 다른 국가들의 생산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브라질, 캐나다, 인도네시아, 터키 등 여러 국가들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산 철강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미국 내 산업 보호와 정치적 계산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이 미국 내 철강 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미국 철강업체들은 관세 덕분에 현대화된 공장을 증설하며 생산 능력을 약 20% 늘렸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부족과 낮아진 국제 가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철강노조(United Steelworkers of America)는 이번 관세 정책을 환영하며 “중국의 과잉 생산이 세계 시장을 뒤덮으며 미국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를 중심으로 한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이 지역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강경한 무역 정책을 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세 부작용… 소비자와 기업 부담 증가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자동차, 건설, 가전제품 제조업 등 철강과 알루미늄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산업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제조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생산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동맹국들과의 긴장 고조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및 USMCA 협정을 통해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양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단순히 미국 내 산업 보호를 넘어 글로벌 무역 질서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중국 외에도 여러 국가들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무역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일부 산업 보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동맹국들과의 관계 악화를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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